2016년 5월 24일 화요일
날개, 봉별기 외 [이상]~
날개, 봉별기 외 [이상][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청소년들에게 문학 읽기의 기쁨과 인문학적 사유의 힘을 향유하게 하기 위해 기획한 푸른생각의 새 총서입니다. [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원문을 충실하게 싣고, 낱말풀이를 달아 작품의 이해를 돕고, 본문의 중간 중간에 소제목을 붙여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 작품의 줄거리를 정리한 이야기 따라잡기, 작품 감상의 핵심을 밝힌 쉽게 읽고 이해하기, 마지막에 작가 알아보기를 붙여 작품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13번째 주자인 [날개, 봉별기 외]는 식민지 현실을 불우하게 살아가는 지식인의 내적 스토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현대사회가 지니는 폭력으로부터 근원적인 소외를 겪고 있는 현대인의 깊은 고뇌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의 문학은 이 시대에 와서도 여전한 매혹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본 도서가 귀사의 소개로 많은 독자들과 만나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영원한 이단의 매혹-이상의 소설이상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던 해 서울에서 태어나 1937년 그 식민 종주국의 수도인 도쿄에서 병사한 문학인이다. 그는 1930년대 한국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나 다양한 형태 실험과 자의식적 기술 양식을 실천한 모더니즘 문학으로 명성을 날렸다.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수용이 불가능한 그의 문학과 생애는 광복 후 20세기 후반에 걸쳐서까지 꺼지지 않는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왔다. 100년을 넘긴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이상만큼 다양한 화제를 불러 모은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이상은 3세 때부터 부모 집을 떠나 큰아버지 밑에서 성장했고, 어른이 되고 문단 활동을 할 때는 본명인 김해경(金海卿)을 버리고 주로 이상(李箱)이라는 필명을 썼다. 1930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조선] 2월호부터 10개월 동안 첫 장편소설 [12월 12일]을 연재하고, 이듬해 7월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 시 [이상한 가역반응]을 시작으로 연작시 [조감도], [3차각설계도] 등을 발표한 이후 시,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자신이 처한 불안한 상황과 황량한 내면을 새로운 표현 기법에 담아냈다. 그의 문학은 초기부터 어려운 한자와 일본어를 구사하거나 숫자나 기하학의 기호를 삽입하고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등으로 형식 파괴가 예사로웠다. 이러한 특징이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뚜렷이 알려지게 된 것은 [조선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연재하면서부터이다. 그런데, 이 연재물은 독자들의 항의로 예정된 30회의 반밖에 연재하지 못하고 15회에서 중단되고 만다. 당대 현실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드러낸 그의 반리얼리즘 기법은 일반 독자들로서는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세계였다.문제의 시 [오감도] 제1호에 나오는 ‘13인의 아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최후의 만찬’에 동석한 예수의 열세 제자라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역사가 지닌 한계성에 대한 상징적인 숫자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일제 치하에 놓인 조선의 열세 개 지방 도, 이상 자신만의 독특한 기호, 시인의 공포와 아이의 불안이 투사된 숫자 등등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감도]를 비롯한 이상의 문학은 ‘풀리지 않은 과제’로 21세기 문학에 살아남아 있다. 시에 비해 뚜렷한 서사로써 독자와 만나는 소설에서도 이상의 특징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어릴 때 백부의 양자가 된 이상이 가족과 합친 것은 1933년이다. 그러나 이상은 곧 백부의 유산을 받아 청진동에 제비다방을 개업하고 술집 여급 금홍을 마담으로 앉힌다. 구인회 회원을 비롯한 당대 문사들이 이 다방의 단골이 되는데, 이태준, 박태원, 김기림, 정인택, 윤태영, 조용만 등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금홍은 다른 남자와 예사롭게 바람을 피우고 이상에게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이 시기 금홍과의 동거 체험을 배경으로 탄생한 소설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는 연애까지 유쾌하오.'로 시작되는 [날개]다. [날개]의 ‘나’는 아내로 상징되는 세상으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내면에서 살고 있다. 의욕을 상실한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있다 가끔씩 외출하는 것으로 일상을 채운다. 이는 세상과 단절된 자아의 모습이자 동시대 식민지 현실을 사는 지식인의 또 다른 내면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소설은 이처럼 현실의 가치를 무화시키는 비극적 인식을 서사의 해체와 자의식적 글쓰기로 드러내면서 우리 서사가 그 후로도 거의 가닿지 않은 반리얼리즘적 세계를 제대로 구축해 보인다. 인과관계를 기반으로 한 인물관계나 스토리라인은 그의 소설 앞에 무장 해제된다. [날개]를 비롯한 그의 소설은 식민지 현실을 불우하게 살아가는 지식인의 내적 스토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현대사회가 지니는 폭력으로부터 근원적인 소외를 겪고 있는 현대인의 깊은 고뇌를 드러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전성이 두드러진 [봉별기]나 [김유정], 역시 자전성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자의식과 내면 지향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는 [날개]나 [종생기] 등은 이상 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들 작품에서 불균형적인 가정이나 식민지 현실이라는 시대 환경, 또는 그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무질서한 결혼관계나 치명적 질병 등 개인적 이력이 기존 질서의 거부나 전통의 부정이라는 특유의 가치관과 미의식과 어우러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이상만의 세계를 구축한 예를 볼 수 있다. 이상의 문학은 이 시대에 와서도 여전한 매혹으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소설은 우리에게 인간 세계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한국 문학을 읽는다]는 그런 수준에 있는 한국 명작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충실한 원문 게재를 기본으로 작품의 문단별로 소제목을 붙였고,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에 세심하게 낱말풀이를 달았다. 각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작품 뒤에 ‘이야기 따라잡기’를 실어 줄거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쉽게 읽고 이해하기’를 마련해 작품의 세계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책 끝에 작가의 생애를 정리한 ‘작가 알아보기’도 마련했다. 소설을 읽으며 명작을 감상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타인과 깊이 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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